같은 아파트 다른 가격 세입자 없으면 몸값 더 높네
같은 아파트, 다른 가격… 세입자 없으면 몸값 더 높네
세입자 있는 집보다 5천만원 비싸
강남권은 철저한 실수요 시장
비싸더라도 바로 입주 선호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84㎡의 집주인 거주 매물은 최고 17억원을 호가한다. 반면 전세 또는 반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6억5000만원으로 바로 입주할 수 있는 물건보다 5000만원 싸다. 이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9억~95000만원)보다 최대 2억원 오른 11억원을 호가한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도곡동 주변 중·고등학교에 배정받기 위해서는 12월 중순까지 전입을 마쳐야 한다”며 “즉시 입주 가능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의 가격 차가 벌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근 대치·역삼동 상황도 비슷하다. 역삼동 ‘래미안그레이튼3차’ 인근 로웰공인 관계자는 “바로 입주할 수 있는 물건이 전세를 낀 물건보다 귀해 집주인이 거주하는 물건이 적어도 2000만원 이상 비싸다”며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의 영향으로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에 실거주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L공인 관계자는 “집주인 거주 매물이 세입자 거주 매물보다 3000만~5000만원 비싸다”며 “강남 서초 목동 등 학군이 좋다고 소문난 아파트에서 대체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거주자가 아닌 투자자에게도 집주인 거주 물건이 유리하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새로 세입자를 들이면 최고가에 전세를 놓아 투자금을 줄일 수 있어서다. 반전세를 낀 물건은 전세 세입자가 있는 아파트보다 총투자금액이 더 들기 때문에 매도자들이 가격을 더 내려서 내놓는 분위기라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