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난민 보이는 손이 만든다
대출 난민 보이는 손이 만든다
2019-03-13
금융당국이 서민층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취약차주들의 대출 길을 막아 대출절벽을 만들었
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차주’들의 선택
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와 비제도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여전사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
조3000억원 감소해 전년 동월(2조4000억원 증가) 대비 3조7000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마이너
스통장 등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은 4000억원 증가를 나타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9000억
원 줄었다.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은 신용대출과 비신용대출인 보험계약대출, 카드론, 오토론 등으
로 구성돼 서민들의 급전 조달처로 간주된다.
지난해 2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이어 금융당국이 지난해 은행권에 적용한 건전성지표인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을 올 2분기 2금융권에도 도입할 계획이어서 저신용자 대출을 기피하는 현
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DSR은 대출자가 1년 동안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대출자의 종합적인
부채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신용대출과 자동차할부금, 카드론, 오토론 등 모든 종류의 부채를 포함
한다.
저축은행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창구를 닫고 있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1월 가
계신용대출 취급액 3억원 이상 저축은행 31개사 중 신용등급 9등급과 10등급 저신용자를 취급한
곳은 각각 6곳, 3곳에 불과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당시보다 각각 4곳, 2곳이 줄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이 같은 혜택을 누린 저신용등급
차주는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월평균 7등급 이하(7~9등급) 저신용 차주 수는 1만3100명
으로 전년(1만3900명) 대비 5.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의 대출길이 점차 막히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내리면 대출문턱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조금 더 신용이 높은
사람, 연체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 대출을 허락해주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취약차주들이 제
도권 금융사로부터 외면 받는 ‘금융 소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서민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인하되면 그만큼 금융사의 대출문턱도 상향 조정되는 효과가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소득 1분위
차주의 대출잔액이 전년 대비 14.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환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 및 고령층 대출과 경기
및 부동산 시장 환경에 민감하고 규모 파악도 불투명한 자영업자 대출은 위험계층으로 분류된
다”며 “향후 부동산 시장 조정과 금리 상승 시 취약계층의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