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난민
대출 난민
2019-02-28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금융소비자(차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더라도 틈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급격히 몰리고 있다. 하지만 2금융권도 규제 대상이 되면서 늘어난 대출 수요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개인간금융(P2P)이나 대부 업체, 심지어 불법 사채로 내몰리는 이른바 ‘대출 난민’이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 대출(신용대출) 잔액은 전달인 지난해 12월 대비 1조5,000억원이나 감소했다. 반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신용대출 잔액은 올 1월 전달에 비해 4,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 대출이 어렵게 되자 틈새 대출이 가능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LTV·DTI·DSR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사실상 시중은행에서 추가 대출이 막히게 됐다”며 “전체 대출금액을 맞추기 위해 차액을 대출하려는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2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많게는 15%포인트 이상 높아 상환부담이 크지만 차액 대출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3%대 후반이지만 카드사나 저축은행 등은 15~20%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관련 대출 규제가 저소득자·저신용자 중심으로 해서 대출 타격을 주면서 이들이 제2금융권으로 많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2금융권도 비슷한 대출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시중은행에서 밀려난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 1월 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줄어든 만큼 그대로 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2월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면서 저축은행 등이 마진이 남지 않는 부실 위험이 큰 저신용자 대출을 중단하다시피 해 일부 차주들이 대부 업체나 사채 등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위 A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7등급 이하 저신용자의 대출 신청 승인율이 8%대에 그치는 등 저신용자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저축은행과 대부 업체들이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면서) 금융소비자들이 불법 사채로 내몰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2금융권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까지 매달 1조~2조원이 증가해오다 올 1월에는 4,000억원 증가에 그치는 등 증가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2금융권도 노크하기 힘든 차주들은 P2P 업체나 대부 업체, 불법 사채까지 밀려나는 대출 난민 신세에 내몰리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상반기 2금융권에도 DSR 규제가 확대·적용되면 대출 난민 현상은 두드러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출 차액 등 급전 대출을 위해 부모나 친인척 등 사인(私人) 거래를 통해 돈을 빌리는 등 심각한 시장교란 현상도 목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