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급속 위축, 서울 아파트 하루 거래량 절반으로
“집값 진정시키려다가 시장을 때려잡은 거 아닌가요?”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4월 이후 거래를 한 건도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연초 대비 호가(呼價)가 5000만원 내린 급매물이 있는데도, 문의 전화가 거의 안 온다”며 “이런 분위기가 상당히 오래 이어질 것 같아 우울하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내수 경기 침체 우려가 심해지고 있다. 지방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서울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재건축 부담금 폭탄, 정부의 보유세 인상 움직임 등의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실종됐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단독·다세대주택 등 주택 시장 전반에 걸쳐 거래가 급감하면서 매매 가격과 전세금이 동반 하락세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LG경제연구원은 올해 건설 투자가 전년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신고 건수 기준)는 21일까지 총 3797건이다. 하루 평균 181건으로 작년 5월 하루 평균 거래량(329건)보다 45% 줄었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서울 강남권에서는 ‘거래 절벽’이 생겼다. 이달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111건)는 작년 5월의 4분의 1 수준이다. 서초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거래량 역시 지난해보다 70% 정도 급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권은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세금 부담으로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반포현대’ 재건축 부담금 발표 등으로 매수세가 심각하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거래가 급감하면서 가격은 내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하는 전국 아파트값은 3월 말부터 8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 중이다. 정부가 집값 불안의 ‘진앙’으로 꼽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도 최근 6주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2013년 이전 침체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하면 현 정부도 경기 부양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부동산 시장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진중언 기자 jinmi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