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은행 가계대출 “파이프라인” 더 잠근다
금융위, 대출규제 3종 세트 마련 가계·기업대출 예대율 적용 차등화
LTV 비율 높은 주택대출 상환 유도 대출 규모 만큼 은행 자본 더 쌓아야
LTV 비율 높은 주택대출 상환 유도 대출 규모 만큼 은행 자본 더 쌓아야
?1450조~1460조원. 정부가 예상하는?올 연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다.
지난해 말(1342조5268억원) 대비 8.7~8.8%?증가한 수치다. 2015년(10.9%), 2016년(11.6%)보다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그 이전과 비교하면?여전히 높은 증가율이다.
6·19 부동산 대책, 8·2 부동산 대책, 10·24 가계부채 대책.?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 연착륙 관련 대책을 연이어 내놨던 정부가 이번엔 수요가 아닌 공급을 잡기 위해 나섰다.? 이른바 ‘자본규제 3종 세트’가 그것이다.
6·19 부동산 대책, 8·2 부동산 대책, 10·24 가계부채 대책.?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 연착륙 관련 대책을 연이어 내놨던 정부가 이번엔 수요가 아닌 공급을 잡기 위해 나섰다.? 이른바 ‘자본규제 3종 세트’가 그것이다.
-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인정비율(LTV)처럼?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대신 은행의 자본 규제를 강화해 가계대출 공급 여력을 줄이는 방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출입기자단 송년세미나에서현재 마련 중인 금융권 자본규제 개선방안의 골자를?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LTV가 높은 주택담보대출에?대한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은행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과?기업대출에 차등화된 가중치를 적용하겠다”며? “급속한 가계 신용 팽창 시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그동안 검토해온 자본규제 방안을 총망라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다는 의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최 위원장의 말을 풀어 쓰면 자본규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 고(高)LTV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현재 30~40% 수준인 위험가중치를?대폭 높인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BIS 비율이 떨어지는?것을 막기 위해 고LTV 주택담보대출을 줄여나가야 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 입장에선 고LTV 대출 자산을?없애야 유리하기 때문에 기존 대출 상환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존에 받은 LTV 70% 이상인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연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 예대율 규제는 강화된다. 예대율이란 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의 비율이다. 은행권은 이를 1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똑같이 원화대출금에 반영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계대출은 높게, 기업대출은 낮게 가중치를 반영키로 했다. 가계대출 비중이 큰 은행은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 하나는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
- 다른 하나는 가계대출은 그대로 두고 예금을 끌어 모아 규제를 맞추는 것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는 가계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겠지만 실제로는 은행들이 예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는 새로 도입된다.?은행의 모든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만큼 추가로 자본을?더 쌓게 하는 방식이다. 그동안에도 가계대출과?기업대출 상관없이 쌓도록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의?부과 근거는 있었지만 실제로 쌓은 적은 없다(부과율 0%).?이를 스위스처럼 가계대출에 한해 부과해 대출을?기업대출로 분산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자본규제 3종은 은행 입장에선 가계대출의?공급 여력을 조이고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강한 규제다.?가계대출 시장에 미칠 효과는 금융 당국이 내년에?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신(新)DTI?(기존 DTI에 장래소득도 감안)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못지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뜩이나 대출금리가?오를 상황에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그만큼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가계부채 대책을 잇따라 내놨음에도 경제 주체들의 기대가 크게 달라지지?않고 있다”며 “정부로선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동시에 자원을 기업 쪽으로 배분하려는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8·2 부동산 대책 직후 위축됐던?서울 주택시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인다.?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가?이달 초 20억40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1억원?올랐다. 경매시장 열기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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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정보업체인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 아파트의?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7%로,2001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정부의 잇단 규제로 인해 가격 상승 여력이?큰 ‘똘똘한 한 채’를 확보하려는 경향은?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황의영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