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4년만에 증가세, 부동산 불황 시작됐나
법원에 접수된 부동산 경매 물건이 2014년 이후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경매에 부치는 부동산이 늘었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실물경기 불황(不況)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말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경매 사건은 총 3만21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8433건)보다 6.3% 늘었다. 경매 접수 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12만4252건까지 치솟았고, 이후에도 해마다 10만 건을 웃돌았다. 그러다가 저금리 영향으로 2014년부터 경매 건수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고, 지난해는 총 8만5764건으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 들어 지역경제가 위축된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법원 경매 접수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조선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울산 지역의 법원 경매 접수는 4월까지 94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7%나 증가했다. 경북(22.2%), 광주(14.4%), 경남(13.1%), 대구(12.4%), 부산(11.8%) 등도 법원 경매 접수 건수가 1년 전보다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올해 들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으로 서민의 추가 대출이 어려워진 것이 경매 물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국 광역시·도 중 서울(-5.5%)과 경기(-0.7%)만 경매 접수 건수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유동자금과 투자 수요가 풍부한 편이고,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까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덕분에 경매 물건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커지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경매 물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중언 기자 jinmi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