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출] 아파트값 떨어질줄 알았는데 집팔고 한탄하다
떨어질줄 알았는데···” 집 팔고 한탄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김지훈 기자]
[8·2 대책 이후 집값 되레 치솟자 매수·매도자 희비 ]
“그 값에 파는 게 아니었는데…. 중개보수라도 깎아줘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주택시장에서 매도자·매수자 간 눈치 보기가 치열한 가운데 집값 하락을 우려하며 주택을 서둘러 판 매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집값 하락을 예상했지만 막상 매도 계약을 체결하고 보니 오히려 집값이 오히려 급등해 손실을 입게 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보유세 인상, 임대보증금 과세체계 개편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굵직한 정책 이슈가 산재해 있어 주택시장 불확실성은 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20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8·2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체결한 주택 매매계약의 잔금 지급 시기가 도래하면서 집값 급등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집값 하락을 예상하고 서둘러 매도계약을 체결한 집주인은 “너무 싼 값에 팔았다”며 울상을 짓는 반면 주택을 매입한 매수자는 안도의 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아파트 매매거래 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으로 지급된다. 8·2대책 이후인 8~9월에 황급히 집을 판 집주인들이 잔금을 받는 시기가 10~11월에 몰려 있다. 잔금 시점은 정부 규제에 따라 관망세에 들어갔던 집값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강남권 아파트 매매계약의 경우 8·2 대책 직후와 비교하면 매매가격이 1억~2억원 이상 급등한 단지들이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 체결 후 잔금을 앞두고 집값이 껑충 뛰어 화를 내는 매도자들이 종종 있다”며 “계약은 돌이킬 수 없으니 중개보수라도 깎아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 자료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51㎡ 중층은 지난달 12억3600여만원~17억6300만원 사이에서 5채가 실거래됐다. 비슷한 82.61㎡ 중층도 같은달 17억48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하지만 한 달 남짓 지난 12월에 82.61㎡ 중층 실거래가는 18억60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껑충 뛰었다. 현재 전용 82㎡ 평형대의 매매 시세도 18억5000만~18억8000만원을 호가한다.
서초구 반포자이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8·2 대책 이후에 일찌감치 집을 판 매도자들이 속이 상해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해서 팔았는데 반포자이 단지 전용 84.94㎡가 지난달에 가장 비싼 18억8000만원에 팔리면서 손해를 봤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집 마련에 나섰던 일부 매수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 규제로 집값이 하락하기보다는 강남 등 중심지만 오르는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본 것이 맞아떨어진 것.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매수자가 10월에 집을 샀는데 두달만에 1억원 가까운 웃돈이 붙었다”며 “조금 더 기다렸더라면 타이밍을 또 놓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리더라”고 전했다.
서울 집값은 연말 들어 강남권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2498만원으로 지난 7월 대비 105만원 가량 상승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필두로 집값 상승 기세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 주택 시장은 불확실성이 가중될 전망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뿐 아니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보증금 과세체계 개편, 금리인상 등 악재도 적잖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집값이 지금 오른다고 해서 끝없이 우상향할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시장의 수급 여건이나 내년 시행되는 굵직한 제도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근 리스크(위험) 회피 차원의 매도를 결정한 것도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김지훈 기자 lhsh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