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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아파트는 거래절벽, 새 아파트는 쏠림현상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IC 인근에 위치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018.03.1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부담금 폭탄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기존 아파트 시장은 거래 절벽이 뚜렷하지만 새 아파트 청약 열풍은 여전히 뜨겁다.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현상과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자금 유동성, 기존 아파트 거래에 대한 세금 부담 등이 겹쳐지면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

이와 더불어 정부가 청약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고분양가 통제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로 인한 ‘로또 분양’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동안 분양 시장의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일 경기도 하남 감일택지지구 ‘하남 포웰시티’ 1순위 청약엔 209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5만5110명이 몰리며 평균 26.3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3.3㎡당 평균 1680만원을 기록, 시세보다 싸다는 입소문이 나며 청약자들이 몰렸다.

지난 14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영등포구 문래동의 ‘e편한세상 문래’는 134가구 모집에 4236명이 접수, 평균 3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영등포 중흥S-클래스’ 역시 평균 24.6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했다.

지방도 인기 지역은 완판을 기록 중이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서신 아이파크 e편한세상’은 1순위 647가구 일반분양에 4만1024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63.3대 1이었다.

◇자금 부담 덜한 신규 청약 시장, 수요자 몰려 

최근 이처럼 분양 시장이 뜨거운 이유는 기존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면서 매물이 크게 줄었고,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는 부담금 폭탄으로 인해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자들이 쉽게 매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대출 규제도 강화하면서 실수요자까지 매매 시장에서 아파트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주택시장은 한꺼번에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높지만 새 아파트는 중도금을 입주 전까지 분납할 수 있어 자금 부담이 덜하다.

집을 구매하려는 무주택자 역시 “어차피 살거면 새 아파트가 낫다”는 생각에 청약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특별공급 비율이 확대되고 자격 기준이 완화된 만큼 신혼부부들도 청약시장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청약시장의 경우 침체된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과는 달리 여전히 가격 상승에 기대감이 남아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날 모델하우스를 오픈하는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도시 ‘미사역 파라곤’은 청약이 당첨되면 5억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분양가가 3.3㎡당 1430만원대로 주력 평형인 전용면적 102㎡의 가격이 6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주변 단지들보다 5억원 가까이 싸다. 인근 망월동 아파트 평균 시세(3.3㎡당 1983만원)보다 3.3㎡당 500만원 가량 낮은 편이다.

망월동 인근 공인중개소는 “내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5호선 연장 구간인 미사역과 지하로 연결된 초역세권 단지”라면서 “2021년 7월 입주 때 역세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분양가 만큼의 웃돈이 붙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 개관 첫날인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IC 인근에 마련된 견본주택에는 예비 청약자로 붐비고 있다. 2018.03.16. scchoo@newsis.com

최근 청약을 마친 용마산역 쌍용 예가 더 클라우드의 경우도 3.3㎡당 평균 분양가가 1700만원으로 수년 전 분양을 마친 인근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다.

실제 지난 2013년 분양한 용마산 코오롱하늘채는 전용 59㎡가 최근 5억원에 실거래 되고 있지만 쌍용예가 같은 평수는 4억3000만원에 분양가가 형성돼 있다.

◇정부의 고분양가 통제로, 시세 차익 기대

이처럼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단지들도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이지 않게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나 재개발·재건축 조합 등 민간 사업자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반드시 HUG에서 발급하는 분양보증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고분양가 논란이 커지면서 HUG가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했다고 판단이 되면 분양보증서를 내주지 않고 있다.

서울·부산·수도권 등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서 1년간 아파트 분양가 평균을 넘거나, 신규 단지의 분양가가 인근 지역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격의 10%를 초과하면 분양보증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에 청약자들은 저렴하게 분양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면서 당첨과 동시에 분양권 시세가 급등하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분양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나 ‘디에이치 자이 개포’ 역시 인근 아파트보다 4~5억원 저렴한 분양가로 청약자들을 끌어모았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1순위 청약 결과는 평균 25.22대 1, 최고 90.69대 1이었다.

◇청약 시장 양극화는 여전, 앞으로 심화될 듯

다만 청약시장 역시 입지가 좋거나 공급이 부족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양극화는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동아건설산업이 강원도 태백에 분양하는 ‘태백 장성 동아 라이크 텐’은 202가구 모집에 단 1명만이 청약했다. 두산중공업이 경상남도 양산에 짓는 ‘양산 두산위브 2차’와 하림산업개발의 경기도 부천 소사구 ‘하림골든뷰’ 등은 미분양이 속출했다.

김포 한강 금호어울림 2단지, 남양주 별내지구 우미린 2차 등 수도권이라도 주택공급이 많거나 입지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도 청약이 미달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존 주택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각종 규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분양시장에 몰리고 있다”면서 “보유세 인상, 금리인상 등이 아직 남아있어 당분간 분양시장의 인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기존 주택시장은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수요자들이 매매를 꺼리고 있다”면서 “반면 신규 분양 시장은 상대적으로 당분간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고 시세차익도 가능해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kmk@newsis.com

윤 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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