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이상 가구 주, 3억짜리 집 살때도 자금출저 조사
“투기 줄이고 무상증여 차단”… 연령별 기준 3000만∼1억원 낮춰
30∼39세 2억→1억5000만원… 30세 미만은 5000만원 면제 유지
다음 달부터 국세청이 부동산 매매 시 자금출처 조사에 착수하는 기준 금액을 연령대별로 3000만∼1억 원씩 하향 조정한다. 증여세를 많이 부과해 부동산 투기를 줄이는 것과 더불어 부(富)의 무상 이전을 줄이려는 취지로 보인다.
국세청은 12일 주택 구입 시 자금출처 조사를 하지 않는 기준인 ‘증여추정 배제 기준’을 낮추는 것을 뼈대로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증여추정은 소득과 직업을 감안할 때 주택 취득자금을 다른 사람이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당국이 과세를 검토하는 행정절차다. 국세청은 연령과 가구주 여부에 따라 소득과 직업이 명확하지 않아도 일정 금액 이하라면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해 왔는데 이번에 그 금액 기준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행정예고에 따르면 국세청은 주택 구입 시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해주는 금액을 40세 이상 가구주인 경우 현행 4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내리고 30세 이상 가구주라면 2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어 40세 이상 비가구주에 대한 자금조사 기준은 2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30세 이상 비가구주에 대한 기준은 1억 원에서 7000만 원으로 낮아진다. 30세 미만인 사람이 주택을 구입할 때는 가구주 구분 없이 현행처럼 5000만 원까지 조사를 면제받는다.
이에 따라 직장이 없는 40세 가구주 A 씨가 3억5000만 원의 주택을 살 때 지금은 자금증빙서류를 당국에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4월부터는 자금출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세청은 새로 자금출처 조사 대상에 편입되는 인원을 아직 추산하지 않았다. 다만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을 사는 사람은 대부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전국 중위 주택매매 가격은 3억768만 원이다. 40세 이상 가구주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 기준이 4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 주택 거래의 절반 정도가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조사대상 주택 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무조사 기준 변경은 국세청장이 훈령으로 정하는 만큼 국회의 동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 국세청은 14일까지 이번 개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접수한 뒤 4월부터 바로 시행할 방침이다. 국세청 당국자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토록 하는 것처럼 자금출처 조사를 강화하면 편법증여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