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11.08
영등포 단지 입주자회 시도…9월 위례 공공분양아파트도 “스스로 가치 낮추지 마라”
실거래가·SNS로 투명성 높아져 담합 효과없이 실수요자만 피해
참여정부땐 강남 부녀회가 주도…국토부 “담합 확산땐 즉각 대처”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대출 규제에 맞서는 아파트 주인들의 집값 ‘버티기
‘ 담합 시도가 다시 등장했다. 최근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에서 일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라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공식 제안이 확인됐다. 정부의 잇단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불안감이 커진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중심으로
가격 왜곡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 지역 A아파트단지는 10·24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단지 내 엘리베이터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집값 담합을 유도하는 게시물을 부착했다.
‘우리의 소중한 재산! 이럴 수 있나요!!’란 제목의 게시물은 “실거래가격을 보시면
우리 아파트 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는데 아래의 표(다른 단지와 해당 단지 시세 비교표)를
보시면 우리 아파트가 얼마나 저평가받고 있는지 속 터지실 것”이라며
5억7800만원이라는 매물 최하한가를 제시했다.
기자가 만난 A단지 입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게시물은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나오기 하루 전부터 단지 내에 부착되기 시작했다.
속칭 ’10·24 부동산 대책’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는 다가구주택 소유자를 옥죄기 위해
강화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적용하는 등의 대출규제를 말한다.
문제는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대출규제를 전후해 이 같은 담합을
시도하는 단지가 수도권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7일 위례신도시에 있는 1600여 가구 규모의 B아파트에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이름으로 ‘우리 스스로 아파트 가치를 낮춰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동마다 붙었다. 이 아파트는 공공분양 아파트로 주변 시세보다 3.3㎡당 300만원
가까이 저렴하게 분양됐다. 분양 당시 4억5000만원 수준이었던 전용면적 84㎡는
최근 8억원까지 올라 거래됐지만, 여전히 인근 다른 아파트에 비해서는 가격이 다소 낮게 형성돼 있다.
이 같은 형태의 집값 담합은 과거 노무현정부가 8·31 부동산 대책 등
굵직굵직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과의 전쟁’을 벌이던 시절 나타났던 담합과 유사하다.
2005년 참여정부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하향 조정하고 1가구 2주택 실거래가 과세,
재건축 분양권에 대한 보유세 부과, 기반시설부담금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강남 지역 아파트 부녀회를 중심으로 반상회에서 얼마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도록 합의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몇 개월 후엔 강남뿐 아니라 강북과 수도권 지역에서도
아파트값 담합이 성행했다. 결국 당시 건설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 단속에 나섰고
아파트 담합이 확인되면 한 달 동안 각종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에 해당 아파트
시세 게시를 막는 조치까지 내렸다. 정부 부동산 규제로 집값 하락을 우려해 ‘담합’으로
버티는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무현정부 시절
실제 담합에 의해 집값이 버티거나 오르기도 했던 현상을 지금도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분석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2006년 8월 이후 인터넷을 통해 아파트뿐 아니라
각종 주택 거래 시 실거래가를 공개하고 있는 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가격 정보에 대한 투명성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무의미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예전보다 부녀회나 입주자대표회의의 단합력이 약해졌다”며
“부동산 중개업자도 섣불리 담합 시도에 동참할 경우 정부의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전만큼 협조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등포의 담합 시도 아파트단지의 경우 5억7800만원이라는 구체적 가격을 제시하며 담합을 유도했지만
인근 공인에는 5억6000만원 안팎의 매물 서너 개가 나와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 담합 시도가 단기간 성사되더라도 결국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논리에 맞춰 가격이
수렴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시도는 실수요자 피해로만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2005~2006년처럼 전반적 현상은 아니고 국지적 현상인 데다 실효성이 없어
보여 당분간 실태를 지켜볼 예정”이라며 “확산될 조짐이 발생하면 즉각 대처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용환진 기자/매일경제신문]